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 나의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나의 모습(or 이미지)이 되었는지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을 이 작품은 간단하면서도 명징하게 우리에게 보여준다. 결국 자신을 구성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일 뿐 나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가능하다는 결론이 조금은 계몽적이지만, 자신을 발현하는 작가의 의지와 통찰의 문제가 이 작품을 작지만 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 여기서부터 시작하니까 거기까지 다 담아낸 거 아니겠어?
가면을 쓰고 소개팅을 하는 거야. 첫째, 가면 쓰고 소개팅해서 마음만 본다. 이게 중요하지. 마음만!둘째, 소개팅 끝날 때 쪽지에 각자 자신의 마음을 적는다. 더 만나고 싶으면 O, 아니면 X.셋째, 가면을 벗고 넷이 모인다.넷째, 넷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 쪽지를 뜯어본다.어때? 간단하지? 할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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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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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유선
아니, 소개팅은 이제 좀 별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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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뭘 망설여. 네가 원하던 딱 마음만 볼 수 있는 기회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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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장카페 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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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드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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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친구가 오기로 해서요. 좀 있다 주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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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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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마음)
원우 녀석한테 말린 것 같은 기분은 뭐지. 이 젠장할 녀석. 자기랑 나랑 같냐고.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아 사랑한다고 말하는 주제에. 그게 무슨 사랑이야.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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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 카페 입구
3
27
(지문)
윤희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3
28
웨이터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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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 다시 분장카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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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문)
가면을 쓴 윤희가 유선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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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혹시 유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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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예, 제가 유선입니다. 윤희 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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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예, 맞아요. 모나리자이시네요.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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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마음)
목소리가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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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무슨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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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아니예요. 사실 조금 놀랐어요. 가면 소개팅 제안을 승낙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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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바로 승낙했는 걸요. 야, 진짜 재미있겠네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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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유선(마음)
가면을 썼지만 코 아랫부분과 턱은 보이는데. 턱이 갸름한 걸. 무슨 이야기부터 하지. 소개팅은 시작이 항상 어렵단 말이야.
4
39
유선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4
40
윤희
저요? 정연이랑 같은 국어교육과예요. 하하. 좀 색다른 것을 물을 줄 알았는데, 가면 안 쓰나 쓰나 그 질문은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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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유선
졸업하시면 선생님 하시겠군요?
4
42
윤희
예, 맞아요.
4
43
유선(마음)
만약 내 여자친구가 선생님이라면, 좋겠다! 안정적이니까. 미친 놈. 무슨 생각하는 건지. 결혼을 해라.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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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윤희
유선 씨는 전공이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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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유선
저 사회학이요. 사람들 관찰하고 잡생각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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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요즘에는 어떤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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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음.. 사람들은 왜 연애를 할까 생각해요. 주위 남자애들 보면 꼭 예쁜 여자애랑 사귀려고 하죠. 정말 좋아서라기보다는 과시하고 싶어서 사귀는 것처럼 보여서 씁쓸해요.
4
48
(지문)
이 때 윤희한테서 전화진동소리가 나고, 전화기를 꺼낸다.
4
49
윤희
잠깐만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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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예.
4
51
(지문)
웨이터가 주스와 커피를 갖고 온다.
4
52
웨이터
(주스와 커피를 내려놓으면서)참 여자 친구분이 미인이시더라고요. 부럽습니다.
4
53
유선
예, 감사합니다.
4
54
(지문)
웨이터 쟁반을 들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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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유선(마음)
미인이라고..
4
56
(지문)
윤희 다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4
57
윤희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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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유선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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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윤희
그럼 유선 씨는 어떤 연애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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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유선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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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윤희
그런 사람 못 만났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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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유선
아직요. 곧 만나겠죠.
4
63
윤희
참, 한비야 씨 같은 사람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4
64
유선
예, 맞아요. 자기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도전할 줄 알고, 다른 사람 배려도 잘 하는 사람이요. 제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런 사람 좋아하나봐요.
4
65
윤희
저도 한비야 씨 엄청 좋아하는데. 중국견문록 보고 이번 여름 방학 때 중국에 갔다왔는 걸요. 저도 한비야 씨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떤 책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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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유선
저야, 모두 다 봤죠! 한비야 씨 책에서 제 삶의 좌우명도 얻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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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윤희
뭔데요?
4
68
유선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란 문장이요.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에 나오잖아요.
4
69
윤희
저도 그 문장 기억나요. 저도 한비야 씨 좋아해서 책 다 읽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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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유선
윤희 씨는 어떤 사람 좋아하세요?
4
71
윤희
저는 솔직한 사람이요. 가식적인 사람 딱 질색이에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좋고요. 소심한 남자는 답답해서 싫어요. 한비야 씨가 딱 그렇잖아요.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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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윤희
그리고 물론 잘 생긴 사람이 좋죠. 하하.
4
73
유선
…
4
74
유선(마음)
소심하지 않고, 자신감 있고 잘 생긴 사람이 좋다고.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은 거야. 빨리 생각하자. 얼굴도 예쁜 것 같고, 국어교육과에 나중에 선생님이 될 거고. 나랑 성격도 맞는 거 같아. 내가 잘 생겼나?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른 거잖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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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유선
저 잘 생겼어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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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예?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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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유선
(소리치듯) 저 잘 생겼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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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지문)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연인이 큰소리로 웃는다. 연인 중 여자의 얼굴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목걸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연인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손가락에 껴있는 커플링을 보여준다.
4
79
유선(마음)
아.. 쪽팔려. 너무 목소리가 컸군. 그나마 가면 쓰고 있어서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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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윤희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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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유선(마음)
이런.. 어떻게 수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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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유선
제가 잘 생겼다는 것을 증명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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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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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유선
잘 들어보세요. 북극해에 떠다니는 빙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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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윤희
당연히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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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빙산은 10분의 9는 물 속에 있고, 10분의 1만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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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윤희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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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유선
일명 '빙산의 일각설'인데요. 제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10명이 절 잘 생겼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친분도 없고 생뚱맞으니까 저한테 와서 잘 생겼다고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안타깝게도 그 중 1명 정도만 직접 저한테 말해주는 것이죠. 제가 살아가면서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열 번은 넘게 들었거든요. 이 말은 최소 백 명은 저를 잘 생겼다고 인정했다는 말이죠!
4
89
윤희
옷가게나 식당 직원이 인사치례로 한 말 아닐까요? 저도 꼭 옷 사러 가면 예쁘다는 말 듣거든요. 하하.
4
90
유선
아니죠! 그런 경우 빼고 열명이에요. 어떤 여자분이 제게 쪽지를 주고 간 적도 있는 걸요.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요.
4
91
윤희
하하, 정말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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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마음)
사실, 나한테가 아니라 친구한테였지만 무슨 차이겠어.
4
93
유선
예, 정말이요.
4
94
유선(마음)
잠깐만…. 윤희 씨 말을 듣고보니 그렇네. 혹시 웨이터가 나한테 인사치례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닐까. 윤희 씨가 그리 예쁘지도 않은데.
4
95
윤희
거꾸로 못 생겼다고 말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 제 생각에 못 생겼다고 생각하기는 쉬워도 부정적인 거라 잘 생겼다고 말하기보다 백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4
96
유선
아주 못 생기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그런 말은 아직 못 들었죠.
4
97
윤희
하하. 사실 아까 잘 생긴 사람 좋아한다는 말 농담이었어요.
4
98
유선(마음)
뭐? 농담? 난 지금까지 뭐한 거야?
4
99
윤희
저도 외모를 보긴 해요. 외모에 그 사람의 내면이 묻어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권위적인 사람이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표정이나 시선, 인상 등 외면도 그렇더라고요.
4
100
유선
그렇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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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윤희
다른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표정이나 시선도 따뜻해요. 그런 사람이 좋답니다.유선 씨는 어떤 외모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걸요.
4
102
유선
저도 윤희 씨 모습이 궁금해지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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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윤희
정연이가 쪽지 써오라고 신신당부하던데, 쓰고 일어설까요?
4
104
(지문)
둘은 쪽지와 작은 봉투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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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유선(마음)
어떻게 하지. 내가 만약 O를 하면 난 사귀어야 해. 그런데 윤희 씨가 O를 했다면. 만약 X를 하면 당연히 사귀지 말아야하고. X해놓고 만난다면 얼굴 보고 마음이 바뀐 꼴이 되니까. 씨발. 그 놈의 웨이터 때문에 헷갈리는 걸. 그런 말은 인사치례일거야. 예쁘지 않을 게 분명해. 그런데, 아까 나 저 잘 생겼어요, 하고 소리쳤잖아. 그래도 X를 한다고? 원우가 우리 둘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알 리도 없고. 그래 X를 하는 거야. X를 하는 게 안전하잖아. 아마 윤희 씨도 X를 할 거 같은 걸 뭐. 아니 그랬다가 O를 한다면... 아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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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윤희
아직 안 썼어요? 전 벌써 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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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유선
아, 예. 썼어요. (말을 하면서 급하게 X로 표시하고 봉투에 쪽지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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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윤희
가면 벗고 카페 앞에서 만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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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유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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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5. (도로 쪽) 카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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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휴… 드디어 서로 얼굴을 보겠군. 답답해서 혼났네.
5
112
(지문)
한 여자가 카페에서 나온다. 그 여자를 본다.
5
113
유선(마음)
저 사람은 아니겠지. 너무 예쁘잖아. 설마... 웨이터가 사실을 말했을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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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유선에게 다가온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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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저기 유선 씨 맞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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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예. 윤희 씨요.
5
117
유선(마음)
젠장.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웨이터는 왜 나한테 사실을 말했냐고. 난 X를 표시했는데. 쪽지를 먹어버리고 잃어버렸다고 할까.
주의 : 영상을 다 보신 분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제작한 의도대로 이해하실 필요도 없으니 꼭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 왜 제목이 역사(歷寫)인가.
역歷자는 역사(歷史,history)할 때 역으로 기록을 뜻한다. 사寫자는 사진(寫眞)할 때 사자로 베낀다는 뜻이다. 두 글자의 뜻 그대로 풀이하면 이 영화의 제목은 '사진의 기록'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역사'라고 한 것은 역사(歷史)를 관객들이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사진의 기록과 역사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사진첩을 넘기면서 사람들은 지난 옛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 사진첩이 자신이라면 자신의 과거 모습에 대한 기록이 된다. 과거 어느 날 한 순간의 기록. 그 기록이 모여서 그 사람이 된다. 역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2월의 어느 날.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그 사건들 중 하나의 사건만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모여서 어느 사람의, 어느 도시의, 어느 나라의, 세계의 역사가 된다.
3.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주인공
이 이야기는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어느날 우연히 사진첩을 보다가 같은 날에 같은 머리를 하고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표정을 하고 찍은 두 장의 증명사진을 발견한다. 두 사진의 차이는 컸다. 두 사진 중 어느 사람이 그일까. 주인공인 그는 자신을 찾고 싶어한다.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눈이 자신의 얼굴에 달려 있으니까. 사진이나 거울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봐야한다. 하지만 매체를 거치는 그 순간 원래의 모습과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된다.
4. 자신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먼저 사진을 연구한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서 사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다양한 초점거리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본다. 그는 어떤 모습이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본 자신이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모습도 찍어본다. 어떤 모습이 그와 가까울까. 그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까운 모습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예상한 것은 사람들마다 공통된 의견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5. 인터뷰 하기
사람들의 대답은 다 달랐다. 그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고른 사진도 달랐다. 사람들은 각자 눈으로 그를 모두 다르게 보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에 대한 느낌과 비슷한 사진을 고른 이도 있었다. 그 사람이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그가 가진 느낌이었던 것이다. 느낌, 인상, 각자 사람들을 인식하는 방법은 달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진을 뽑았다. 하지만 그 중 인간의 초점거리와 가까운 사진은 없었다.
6. 실체에 도달하기를 포기하다
그의 진짜 모습, 실체를 찾고자 했던 그의 여행은 끝이 났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보고 있고, 그 어느 사람 의견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각자 다른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니. 각자에게는 각자가 고른 사진이 그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도 그렇게 사진을 골랐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자신이라고 믿는 사진을.
7. 대상을 카메라로 찍고 사진을 고르는 것과 역사
현실에 일어나는 사건을 역사가들은 문자란 매체를 통해서 기록한다. 매체로 기록하는 그 순간 실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기록하더라도 실체에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기록은 수많은 사건 중에서 고르는 행위이다. 사진으로 어떤 대상을 찍는 것은 대상을 카메라 렌즈란 매체로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렌즈인가에 따라서 어떤 눈(붕어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붕어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코가 크고 귀는 아주 작은 동물로 보일 것이다)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어떤 기록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매체가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기록된 수많은 사진 중에서 사진을 고른다.
8.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이 그가 된다
사진이 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가 되듯, 수많은 사건의 기록은 하나의 역사가 된다. 하지만 그 역사는 선택과 배제의 결과이다. 영상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이 아름답게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만 남기고 모두 지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 그 사진이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미화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다른 기록이 없으니까 그의 의도대로 미화될지도 모른다. 역사도 다르지 않다. 사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의 삶이나 역사적 사건을 미화할 수 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택된 각 사진이나 기록은 진실을 담고 있다. 어떻게 선택해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공정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9. 주인공 그와 감독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인터뷰 과정이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 성격을 띠는 영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그는 감독과 같은 사람이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감독인 나는 영화 속 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월에 만든 역사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과 조언>
1. 다양한 사진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다양한 표정의 사진이나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란 의견이 있었다. 또는 역사란 주제의식에 걸맞게 자연환경이나 주변 사건들을 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실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말도 해주었다.
2. 인터뷰 장면이 너무 길었다
인터뷰 장면이 겹치는 게 많고 길어서 약간 지루한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스로 느꼈지만 애써 인터뷰 해준 사람들을 생각해서 인터뷰 한 사람들을 모두 넣다보니 그렇게 길어졌다. 영화가 주가 되고, 그 영상을 위해서 필요한 인터뷰 장면을 넣었어야 했는데 미안함 때문에 판단을 잘못했다. 수정본 영상을 만들 때 자를 계획이다.
3. 인터넷 뉴스 기사보는 장면에 대해서
그 기사보는 장면을 넣을까 말까 고민 많이했다. 그 장면이 관객에게 낯설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전체의 몰입을 방해하는 효과도 있고. 그 영상을 넣지 않는다면 과연 사람들이 역사란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장면을 넣지 않아도 주제가 이해가 된다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넣어도 좋겠지만 넣더라도 매끄럽게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4.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이 허하고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상을 내가 다시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 그때 급하게 편집을 끝내느라 스스로 느끼면서도 보완하지 못했다.
지난번 은정이가 직접 봤다던... 찾아보긴 했는데 글을 쓰긴 이제서야...
좋은 데요,!!!! 차분한 나래이션도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화면 다큐의 매력이 아닐런지.
증간에 삽입된 설문편은 사실적이기도 해서 더욱 돋보였어요.
내싸이에 퍼갔는데... 괜찮을런지.. 좀 그러면 말씀하시고.. 늦게나마 축하해요...
나들! ㅎ 교육에서 재밌게 잘 봤어요. 짜임새 있게 찍은 화면과 기획이 재밌다고 했어요.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 사진을 찍는 것도 재밌다고 했고요. 개청춘 영상도 [역사]처럼 짧고 재밌게 만들어지면 좋을 듯.ㅎㅎ 고마와요. 요즘 정신없어서 카메라 모임에도 못 가고 있는데, 시간 내서 가고 싶네요. 모두 본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나들도 개청춘 보러 한 번 오세요!
평소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니던 유선. 친구 원우는 가면소개팅을 제안한다. 규칙은 가면을 쓰고 만나서, 소개팅이 끝날 때 각자 자신의 마음을 쪽지에 적는 것. 더 만나고 싶으면 O, 아니면 X. 그리고 가면을 벗고 쪽지를 교환하는 것! 마음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유선의 선택은?
1. 감독판
2. 편집자판
3. 유에포에서 상영 중
온라인 단편 영화 상영관 유에포에서 가면을 상영 중입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고화질로 보실 수 있습니다!
나들의 소개로 영화를 보게되었는데요,
일단 영화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가볍고, 재미있고, 메시지도 있고...
나들과 잠깐이지만 나눈 대화에서는 메시지보다 매체가 중요하다고 했었지만요.
오래된 습관으로 메시지를 보게되는가 보네요.
간단히 느낀 메시지라면 위에 임효선님이 잘 말씀해 주셨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작은 에피소드에서 한 사람의 의식을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한 점이 와닿았습니다. 주인공 남자와 공감대도 형성이 되더군요.ㅋㅋ
지극히 일반인으로서 총평을 하자면 시트콤에서 에피소드 한편을 본듯한 느낌? 이러한 표현이 불쾌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연기나 촬영같은 미세한 부분은 감히 평가할 능력은 없으므로 패스. 무튼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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