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 나의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나의 모습(or 이미지)이 되었는지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을 이 작품은 간단하면서도 명징하게 우리에게 보여준다. 결국 자신을 구성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일 뿐 나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가능하다는 결론이 조금은 계몽적이지만, 자신을 발현하는 작가의 의지와 통찰의 문제가 이 작품을 작지만 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 여기서부터 시작하니까 거기까지 다 담아낸 거 아니겠어?
주의 : 영상을 다 보신 분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제작한 의도대로 이해하실 필요도 없으니 꼭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 왜 제목이 역사(歷寫)인가.
역歷자는 역사(歷史,history)할 때 역으로 기록을 뜻한다. 사寫자는 사진(寫眞)할 때 사자로 베낀다는 뜻이다. 두 글자의 뜻 그대로 풀이하면 이 영화의 제목은 '사진의 기록'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역사'라고 한 것은 역사(歷史)를 관객들이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사진의 기록과 역사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사진첩을 넘기면서 사람들은 지난 옛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 사진첩이 자신이라면 자신의 과거 모습에 대한 기록이 된다. 과거 어느 날 한 순간의 기록. 그 기록이 모여서 그 사람이 된다. 역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2월의 어느 날.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그 사건들 중 하나의 사건만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모여서 어느 사람의, 어느 도시의, 어느 나라의, 세계의 역사가 된다.
3.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주인공
이 이야기는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어느날 우연히 사진첩을 보다가 같은 날에 같은 머리를 하고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표정을 하고 찍은 두 장의 증명사진을 발견한다. 두 사진의 차이는 컸다. 두 사진 중 어느 사람이 그일까. 주인공인 그는 자신을 찾고 싶어한다.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눈이 자신의 얼굴에 달려 있으니까. 사진이나 거울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봐야한다. 하지만 매체를 거치는 그 순간 원래의 모습과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된다.
4. 자신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먼저 사진을 연구한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서 사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다양한 초점거리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본다. 그는 어떤 모습이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본 자신이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모습도 찍어본다. 어떤 모습이 그와 가까울까. 그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까운 모습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예상한 것은 사람들마다 공통된 의견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5. 인터뷰 하기
사람들의 대답은 다 달랐다. 그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고른 사진도 달랐다. 사람들은 각자 눈으로 그를 모두 다르게 보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에 대한 느낌과 비슷한 사진을 고른 이도 있었다. 그 사람이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그가 가진 느낌이었던 것이다. 느낌, 인상, 각자 사람들을 인식하는 방법은 달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진을 뽑았다. 하지만 그 중 인간의 초점거리와 가까운 사진은 없었다.
6. 실체에 도달하기를 포기하다
그의 진짜 모습, 실체를 찾고자 했던 그의 여행은 끝이 났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보고 있고, 그 어느 사람 의견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각자 다른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니. 각자에게는 각자가 고른 사진이 그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도 그렇게 사진을 골랐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자신이라고 믿는 사진을.
7. 대상을 카메라로 찍고 사진을 고르는 것과 역사
현실에 일어나는 사건을 역사가들은 문자란 매체를 통해서 기록한다. 매체로 기록하는 그 순간 실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기록하더라도 실체에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기록은 수많은 사건 중에서 고르는 행위이다. 사진으로 어떤 대상을 찍는 것은 대상을 카메라 렌즈란 매체로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렌즈인가에 따라서 어떤 눈(붕어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붕어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코가 크고 귀는 아주 작은 동물로 보일 것이다)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어떤 기록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매체가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기록된 수많은 사진 중에서 사진을 고른다.
8.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이 그가 된다
사진이 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가 되듯, 수많은 사건의 기록은 하나의 역사가 된다. 하지만 그 역사는 선택과 배제의 결과이다. 영상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이 아름답게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만 남기고 모두 지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 그 사진이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미화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다른 기록이 없으니까 그의 의도대로 미화될지도 모른다. 역사도 다르지 않다. 사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의 삶이나 역사적 사건을 미화할 수 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택된 각 사진이나 기록은 진실을 담고 있다. 어떻게 선택해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공정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9. 주인공 그와 감독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인터뷰 과정이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 성격을 띠는 영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그는 감독과 같은 사람이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감독인 나는 영화 속 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월에 만든 역사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과 조언>
1. 다양한 사진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다양한 표정의 사진이나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란 의견이 있었다. 또는 역사란 주제의식에 걸맞게 자연환경이나 주변 사건들을 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실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말도 해주었다.
2. 인터뷰 장면이 너무 길었다
인터뷰 장면이 겹치는 게 많고 길어서 약간 지루한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스로 느꼈지만 애써 인터뷰 해준 사람들을 생각해서 인터뷰 한 사람들을 모두 넣다보니 그렇게 길어졌다. 영화가 주가 되고, 그 영상을 위해서 필요한 인터뷰 장면을 넣었어야 했는데 미안함 때문에 판단을 잘못했다. 수정본 영상을 만들 때 자를 계획이다.
3. 인터넷 뉴스 기사보는 장면에 대해서
그 기사보는 장면을 넣을까 말까 고민 많이했다. 그 장면이 관객에게 낯설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전체의 몰입을 방해하는 효과도 있고. 그 영상을 넣지 않는다면 과연 사람들이 역사란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장면을 넣지 않아도 주제가 이해가 된다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넣어도 좋겠지만 넣더라도 매끄럽게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4.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이 허하고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상을 내가 다시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 그때 급하게 편집을 끝내느라 스스로 느끼면서도 보완하지 못했다.
지난번 은정이가 직접 봤다던... 찾아보긴 했는데 글을 쓰긴 이제서야...
좋은 데요,!!!! 차분한 나래이션도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화면 다큐의 매력이 아닐런지.
증간에 삽입된 설문편은 사실적이기도 해서 더욱 돋보였어요.
내싸이에 퍼갔는데... 괜찮을런지.. 좀 그러면 말씀하시고.. 늦게나마 축하해요...
나들! ㅎ 교육에서 재밌게 잘 봤어요. 짜임새 있게 찍은 화면과 기획이 재밌다고 했어요.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 사진을 찍는 것도 재밌다고 했고요. 개청춘 영상도 [역사]처럼 짧고 재밌게 만들어지면 좋을 듯.ㅎㅎ 고마와요. 요즘 정신없어서 카메라 모임에도 못 가고 있는데, 시간 내서 가고 싶네요. 모두 본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나들도 개청춘 보러 한 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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